본문: "가인이 여호와께 아뢰되 내 죄벌이 지기가 너무 무거우니이다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지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그렇지 아니하다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가인에게 표를 주사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죽임을 면하게 하시니라"(창세기 4장 13-15절)
오늘 우리가 살펴볼 본문은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가인의 항변입니다. 가인은 하나님의 심판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이 말하는 바는 하나님께서 선언하신 형벌에 가인이 항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인의 항변은 자신이 형벌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자신의 연약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의 정당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동생 아벨을 죽이고도 하나님 앞에서 거짓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말했던 후안무치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인의 자기중심적인 반발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의 참혹성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는 하나님의 형벌이 상대적으로 중하다는 불평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의 형벌로 땅에서 쫓겨나면, 지면에서 나를 쫓아내시면 하나님의 낯을 뵐 수 없다는 절망감을 피력합니다. 이러한 절망감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 하여 사는 삶이 복 된 삶이라는 사실을 가인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이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인은 하나님의 보호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 외에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낯을 뵐 수 없다는 사실의 중대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도 하나님을 향해 반역을 행한 후 여호와의 낯을 피하여 숨었습니다. 아담과 하와 그리고 가인의 이러한 모습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떠나 하나님의 보호를 받지 못할 때 자신 외에 모든 사람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를 직역하면 '내가 하나님의 얼굴로부터 숨겨집니다.'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번역은 민수기 6장 23-27에서 기록한 아론의 축복기도 내용과 비교해 보면 여호와의 얼굴이 우리를 향하여 계신 것이 사람에게 가장 큰 복이고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가인의 자기중심적이고 후안무치한 저항에도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베푸십니다. 가인은 두려움을 하나님께 호소합니다.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라고 말한 가인이 두려워한 것은 피의 보복자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이제 자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피의 보복자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고대 근동 세계관에서 피의 보복은 정당화되던 세계였습니다. 피의 보복은 정당한 것이기에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 가인에게 하나님께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피의 보복을 막아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고 말씀하시며 더 엄한 피의 보복의 두려움으로 가인이 보호받게 하십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하나님께서 회복케하실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셨듯이, 가인에게 표를 주셔서 그가 죽음을 면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성경에서 이 '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는 어디에 위치하는지 등에 대한 어떤 설명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표로 인해 가인을 해하려는 자는 가인이 여호와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 아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그 무엇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이 표는 가인을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 가인을 보호해주시는 하나님의 '표'입니다. 가인에게 주신 하나님의 '표'는 사람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 할지라도 그의 생명과 삶이 하나님께 속해 있으며 결코 하나님께서 외면하지 않고 계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세를 통해 하나님의 법을 들었던 이스라엘에게 가인과 하나님의 대화는 깊은 울림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반역하며 죄를 짓는 사람들은 땅에서 쫓겨나 방랑하는 자들이 되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들은 땅에서 복을 받게 된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것입니다. 또한 가인과 가인의 후손들은 땅에서 정착할 수 없고 방랑하는 자들로 살아가지만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순종을 통해 약속의 땅을 선물로 받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약속의 땅에서 복을 받을 것이라는 소망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인과 같은 죄인조차 생명을 보호하시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인 자신들을 더욱 보호하실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광야에서의 삶을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사 제도를 통해 죄인들에게 용서를 받을 기회와 돌이킬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신앙심을 굳건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며 죄에 대한 책임을 물으시는 하나님의 경고를 마음에 새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인과 하나님의 대화를 듣고 읽게 되는 모든 시대의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죄를 간과하지 않으신다는 사실과 그 죄의 댓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셔서 죄인들에게도 돌이킬 기회를 주시며 그 생명을 귀중히 여기신다는 사실을 통해 원수 갚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며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그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것이 죄의 댓가를 지불하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얻기 위해 아들을 버리셨습니다. 우리에게 은혜와 자비를 베풀기 위해 아들 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혜와 자비를 거두셨습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죄의 댓가를 아들에게 지우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돌이킬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새로운 날이 허락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수 안에서 생명을 얻고 새로운 피조물로 맞이하는 새 날은 하나님께서 피의 댓가를 지불하셔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죄와 사망의 다스림을 받는 삶이 아니라 은혜와 평강이 넘치는 하루를 경험하며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사랑하며 사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분노와 시기, 질투가 우리의 삶을 삼키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안식을 누리며 용서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미 죄의 댓가가 지불 되었기에 죄에서 자유 함을 누리며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복된 하루가 될 수 있기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더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들.
1. 내게 두려움이 있다면 그 두려움의 본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2. 하나님의 얼굴을 피하여 숨었던 적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었나요? 그 상황이 어떻게 해결되었나요?
3. 하나님께서 대신 댓가를 지불하시고 나를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묵상을 위한 기도.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때때로 죄의 무게로 인해 낙심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댓가를 지불하시고 나를 구원하신 사랑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죄로 죽어 마땅한 가인의 생명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매일 경험하며 은혜와 평강을 누리는 삶을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나를 용서하신 그 은혜를 경험한 자로서 미움과 시기로 인한 분노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시고, 죄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께 돌아올 수 있도록 나의 삶을 사용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